아파트형 공장, 이름을 바꿔 지식산업센타가 되었다.
아파트와 공장의 어색한 조합은 4차 산업혁명과 IT 기술, 첨단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그 이름도 그럴싸하게 바꿔 소비자들을 현혹하며 각광을 받기 시작하였다.
구로디지털단지
가산디지털단지
판교테크노밸리
광교테크노밸리
성수동 생각공장
부산 센텀시티 등등
이 이름 속에 들어앉은 모든 지식산업센터가 초창기에는 건물을 짓기도 전에 분양이 완료되어 그 투기와 같은 투자 열기에 투자자 뿐 아니라 투기꾼들은 하이에나처럼 덤벼들었다.
지식산업센터의 인기
지식산업센터의 사전적 의미는 같은 건물에 제조업, 정보통신산업, 벤처기업 등의 회사에다 이들을 지원하는 기숙사, 근린생활시설 등 사업이란 이름을 걸고 들어올 수 있는 건 다 들어올 수 있는 복합형 건물이다.
여기에 입주할 수 있는 지원 시설에는 은행, 증권사, 음식점, 기숙사, 헬스장 등등 그 종류가 정말 다양하고, 입주 업체들의 생산 활동을 돕는다고 판단되는 시설들은 거의 다 해당되는 지식산업센터는 주로 도심지역에 지어져 교통이 좋고 입주 시설도 잘 되어 있다.
규모가 큰 지식산업센터의 경우 한 개 동 전체를 기숙사로 쓰거나, 일반 상업시설로 쓰기도 하고, 용인 테크노밸리는 대한민국 최초로 CGV 영화관이 입점된 지식산업센터이기도 하다.
주택과 다르게 지식산업센터는 규제를 받지 않기 때문에 분양가의 90%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전매 제한 등의 규제로부터 자유롭고,
정부 지원이 많아 입주 시에는 세금 감면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하여 기업들한테도 인기가 좋아서 유치 경쟁을 벌이는 경우도 있고, 판교 테크노밸리처럼 아예 산업단지가 조성되면 지역 세금이 늘어나니 지방자치단체한테도 인기가 좋다.
초창기에는 같은 건물에 공장과 사무실이 같이 입주할 수 없고, 또 님비현상으로 공장은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지어야 했기 때문에, 공장들의 효율적인 운영과 먼 길을 왔다 갔다 해야 하는 임.직원들이 이 아파트형공장을 매우 반겼다.
그러다 보니 대체 투자처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이 지식산업센터로 몰렸고, 매매가 역시 서울 성수 지역의 경우 5년 새 3배 가까이 오르기도 했다.
이런 지식산업센터의 투자 열기가 식기도 전에 몇 년도 되지 않아 그 불씨 마저 완전히 꺼져 버렸다.
무엇이 문제인지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원래 지식산업센터는 기업인들을 위해 도시 인근 공장 용지가 부족해 규모가 작거나 무등록 불법 공장이 난립하는 일을 막기 위해 1988년 ‘아파트형 공장’이라는 이름으로 도입하였다.
처음에는 공공기관만 지을 수 있도록 했으나, 수요는 많고 공급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자 1995년 민간에도 빗장을 풀면서 정부는 아파트형 공장을 수도권의 공장 설치를 제한하는 총량제 대상에서도 제외했다.
이후 서울 구로동과 가산동 등지에 민간 주도 아파트형 공장의 공급이 본격화했다.
2010년 아파트형 공장에서 지식산업센터로 이름을 바꾼 정부와 지자체, 여러 공공기관들은 신도시 등 택지 지구의 베드타운화를 막고 자족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명분으로 지식사업센터를 중소기업 육성의 산실로 규정하고 택지 개발 지구에 적극적으로 짓도록 유도하며 지식산업센터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에 따라 지식산업센터 인허가 건수는 2010~2017년 연평균 56건에서 2018~2023년 평균 100건 이상으로 2배 가까이 뛰었고 2024년 2월 기준 전국에 등록된 지식산업센터는 1,548개에 달한다.
수도권에서는 공장 총량제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규제 공백을 파고들었고,
비수도권에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건립 예산 지원(공공 임대형 지식산업센터 한정) 혜택을 등에 업고 불티나게 지어졌다.
투자자 또는 투기꾼들이 지식산업센터에 투자한 이유는 2가지이다.
분양대금 대비 최대 90%의 대출을 받을 수 있어 적은 돈으로 분양받을 수 있다는 점과
전매 제한이 없어 분양계약 후 잔금 납부 없이 곧바로 플러스피(플피)를 받고 팔기가 쉽다는 점이다.
당시 시행사는 분양 대행사를 통해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은 뒤 직접 입주하지 않고도 사업자 등록증만 만들어 실입주하는 것처럼 서류를 꾸미면 90%까지 돈을 빌릴 수 있고, 직접 대출도 연결해 주고, 잔금 치르기 전 되팔면 아무런 제약없이 큰 돈을 만질 수 있다"며 투자자를 유도하고, "2000만원만 투자하면 노후가 편안하다" 라는 문구로 투자자를 유혹했다.
이런 이점으로 인해 사람들은 지식산업센터 시장에 광풍처럼 대거 몰렸고, 분양은 받지만 소유권을 취득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었다.
모두들 잔금 치르기 전에 매각 차익만 취하고 빠져 나올 생각 뿐이었다.
그러나 무분별하고 뻥튀기 수요 예측과 공급으로 나락으로 떨어진 지식산업센터는 부동산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받기 시작하였다.
부동산 열기가 식은 현재 일부 지역 제외한 대부분 지역은 전체 호실의 4분의 3 이상이 불 꺼진 상태이고, 2010년대 택지가 조성되면서 지식산업센터 시행사가 몰려들었던 경기도 고양시와 하남시, 평택시 등지에는 80~90%가 공실이다.
공실 속출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투자자 몫
고금리 대출 이자와 관리비의 이중고를 견뎌야 하는 투자자는 새 주인을 기대하지만 돈을 못 버는 수익형 부동산을 사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부동산 실거래가 정보 플랫폼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2021년 분기 평균 약 2천여 건의 거래량을 찍었지만 이후 2022년 3분기(973건)부터 2024년 2분기까지 줄곧 1천 건대 안팎의 거래량을 보이며 반토막 난 모습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고, 거래금액을 기준으로 살펴봐도 하락세가 뚜렷하다.
2024년 2분기 전국 지식산업센터 총 거래금액은 1분기 4230억원에서 13.1% 줄어든 3,676억원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2분기(4,137억원)와 비교해도 11.1%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올해 2분기 서울시에서 거래가 성사된 지식산업센터는 201건, 거래금액은 1,344억원으로 2021년 2022년과 비교하면 형편없는 수준이고, 올해 2분기 서울시 전용면적당 평당 가격은 2,374만원으로 1분기(2,905만원)보다 18.3% 줄었다.
지식산업센터가 단기간에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은 정부·지자체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와 지원 탓이지만
여기에 편승하여 투자한 투자자들 또한 그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
지식산업센터를 시세 대비 비싼 분양가로 책정된 금액으로 매수하고 전매에 실패한 투자자들은 임차인도 찾지 못하고 공실 상태가 계속 유지되면서 매달 대출원금 상환과 대출이자, 그리고 관리비까지 납부해야 한다.
공급폭탄이라고 불릴 정도로 많은 지식산업센터를 분양받은 투자자들은 분양계약을 취소, 해제하려는 방법을 찾고 있으나 ‘분양계약’은 말 그대로 자필로 서명된 계약이기 때문에 계약 당사자는 계약을 이행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 당사자 일방이 계약을 해지할 수는 없는 문제고, 중도금이 들어가지 않은 단계에서 계약 취소를 하면 계약금 포기와 위약금을 감수하는 수 밖에 어쩔 도리가 없다.
이렇게라도 해서 빠져 나올 수 있으면 그나마 불행중 다행인 것이다.
결론
과거 지식산업센터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물류 등에 특화된 기능들이 업무 중심이었다면 최근에는 입주자와 수요자 중심으로 즉 사람 중심으로의 축으로 변화되고 있는 것이 감지되고 있다.
출퇴근이 편리한 입지와 더불어 입주자들을 위한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추고 업무 인프라를 공유하는 '프리미엄 오피스'의 형태로 진화하면서, 공급적인 측면에서도 공급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수요예측이 이루어지면 원래 목적인 사업주와 임,직원들이 다 살 수 있는 편리한 공간이 될 것이다.
돈 되는 곳이라면 아무런 생각없이 투기세력에 편승하여 지식산업센터에 발을 들여 놓을 수는 있으나
그 이후를 받쳐줄 투기 세력 뿐 아니라 어떠한 세력도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지식산업센터에는 아예 눈길조차 주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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