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Humanities

자유 그리고 그리움

코나투스(Conatus)란 노력하여 시도한다란 말로 스피노자 철학을 대표하는 개념이다.

스피노자는 코나투스를 인간을 비롯한 모든 사물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본질로 보고 인간과 사물은 각자만의 고유한 코나투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살아가려는 자유 의지로서 코나투스를 증가시켜야 한다고 보았다.

 

인간이든 물질이든 자기 존재를 보존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물리학에서의 관성의 원리처럼 명확하고 단순한 것이다.

 

, 장자(莊子)첫 번째 편소요유 (逍遥遊) 에서 구속이 없는 자유로움의 경지를 노래하였다.

소요유(逍遥遊)는 거닐다는 뜻이고, 는 멀리라는 뜻이고, 는 논다는 뜻이다.

세 글자 모두 책받침 변(는 쉬엄쉬엄갈 착, 의 간략형)을 가지고 있다.

, 쉬엄쉬엄 거닐면서 멀리 가며 논다는 말이다.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소요산도 여기서 나온 말로 매월당 김시습, 황진이도 차버린 화담 서경덕도 장자의 영향을 받아 벼슬을 하지 않고 동두천 소요산을 자주 놀러 다녔다.

 

소요유는 북명유어(北冥有魚) 화이위조(化而爲鳥)로 시작한다.

 

북쪽 바다에 물고기 한 마리가 있었는데 이름은 곤()이다. 곤의 크기는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곤이 변해서 새가 되는데 그 새의 이름은 붕()이다.

 

붕의 등은 몇 천리나 되는지 알 수 없다. 붕의 가슴에 바람을 가득 넣고 날 때 그의 양 날개는 하늘에 걸린 구름과 같았다.

그 새는 바다가 움직일 때 남쪽바다로 여행하려고 마음 먹었다.

남쪽바다의 이름은 천지다.

 

메추라기가 대붕이 나는 것을 비웃으며 말했다.

"나는 뛰듯이 위를 날며, 수 십길에 이르기 전에 수풀 사이에서 날개를 퍼득거리며 자유롭게 나는데 전혀 거리낄 게 없는데, 저놈은 어디로 가려고 저리 높이 오르는가?"

 

붕이 남쪽바다로 옮겨갈 때에는 물을 쳐서 삼천리나 튀고, 회오리 바람을 타고 구만리나 올라가며, 6개월을 날고서야 비로소 천지(天池)에서 쉰다.”

 

물이 고인 것이 깊지 않으면 큰 배를 띄울 만한 힘이 없다.

 

한 잔의 물을 마루의 패인 곳에 엎지르면 작은 풀잎은 떠다니지만, 거기에 잔을 놓으면 바닥에 닿는다. 물이 얕으면 배를 띄울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바람 쌓인 것이 두텁지 않으면 큰 날개를 띄울 만한 힘이 없다. 날개 밑에 충분한 바람이 쌓인 뒤에야 비로소 대붕은 9만 리를 올라가 바람을 타고 푸른 하늘을 등에 진 채, 아무런 장애도 없이 명료한 시야를 가지고 바야흐로 남쪽을 향하게 된다.

 

교외의 들판에 나가는 사람은 세 끼니의 식사만으로 충분하지만, 백 리 길을 가는 사람은 하룻밤 걸려 곡식을 찧어야 하고, 천리 길을 가는 사람은 석 달 동안 식량을 모아야 한다.

그러니 이 조그만 메추라기가 대붕의 비상을 어떻게 알겠는가!.

 

물이 있으면 빠져 죽을 수 있지만 수영을 할 수 있고, 바람이 없어도 매추라기는 자유롭게 날 수 있지만 대붕은 날 수 없고, 바람이 두터워지면 매추라기는 태풍을 피하지만 대붕은 태풍에 맞서 9만리를 올라 자유로와 진다.

조건없는 절대적 자유는 없다.

 

우리에게는 아주 큰 날개가 있다.

, 희망, 자유 같은 것이다.

태풍은 나를 후퇴 시키는 것이 아니라 나를 도약시킬 수 있는 힘이다.

현실의 조건들, 힘들고, 압도적이고, 나 혼자서 어찌할 수 없다 라고 느낄 때 메추라기처럼 갇혀 움츠리지 말라고 장자는 얘기하는 것이다.

 

곤이라는 작은 물고기가 자라 커다란 대붕이 되어 남쪽을 향해 날아가듯이...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