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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ities

막걸리에 대하여

 

밀을 뭉쳐 발효 시키면 누룩이 되는데, 술을 만들 때 사용하는 발효제이다.

누룩을 체로 쳐서 쌀을 말린 것하고 섞어 항아리에 넣어 물을 적당히 붓고 따뜻한 아랫목에 이불을 덮어 일주일 정도 두면 부글부글 끓는다.

이것을 땅 속에 서너달 묻어 두면 쫙 갈아 앉는데 위에 노리끼리한 맑은 물은 맑은 술로 약 15도 정도의 청주(淸酒)가 되고, 밑의 가라앉은 것을 쭉 짜내면 탁한 술 막걸리고,

남은 찌꺼기가 술지게미(조박,糟粕).

 

와인은 포도로 만든 과일주고,

막걸리는 찹쌀, 멥쌀, 보리, 밀가루 등 곡물로 만든 곡물주로

먹을 만큼만 망에 막 걸러서 또는 거칠게 마구 걸러서 먹었다고 해서 이름이 막걸리가 되었다.

 

또 막걸리는 술이 맑지 않고 탁해서 탁주(濁酒),

농부들이 주로 마셨다고 해서 농주(),

집집마다 담근다 해서 가양주(家釀酒, 빚을 양) 또는 가주(家酒),

색이 희다 해서 백주(白酒),

회색빛을 띤다하여 회주(灰酒),

찌꺼기가 있다하여 재주(滓酒, 찌꺼기 재), 

밥알이 동동 떠 있다고 해서 동동주라고 하고,

물에 섞어서 먹으면 박주(薄酒, 엷을 박),

막걸리는 큰 바가지에다 마신다 하여 대포(大匏, 박 포)라 했다.

 

막걸리에는 오덕(五德)삼반(三反)이 있는데,

허기를 달래주고, 추위를 덜어주고, 일하기 좋게 기운을 돋궈주고, 의사소통을 원활히 해주고, 사람을 알아보지 못할 만큼 취기가 심하지 않는 다섯가지 덕과,

근로지향으로 한가하게 있지 못하고, 서민지향으로 반귀족적이며평등지향으로 반계급적인 세가지 거스르는 게 있다.

이런 연유로 물과 식이섬유가 주 성분인 발효주 막걸리는 서민의 술로 오랫동안 사랑을 받아왔다.

 

막걸리는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술중 하나로

「삼국사기(三國史記)」에 막걸리를 미온주(美醞酒, 빚을 온)로 소개한 기록이 있고,

13세기 고려시대 「제왕운기」에는 유화가 해모수가 준 막걸리에 취해 몽을 잉태하였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오며, 

「고려도경」에는 배꽃이 필 무렵 맛과 빛깔이 짙은 술을 빚었다하여 이화주(梨花酒)라 불렀다.

신윤복의 주사거배(酒肆擧盃)

막걸리의 성분은 물 80%,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등 3대 영양소가 10%, 나머지 10%는 식이섬유와 필수 아미노산, 각종 비타민, 유산균, 효모 등이 혼합된 영양의 보고이다.

다른 재료와 섞으면 오미자 막걸리, 딸기 막걸리, 유자 막걸리 등 막걸리 칵테일이 되고,

밀가루와 옥수수가루에 막걸리와 소다를 조금 넣어서 색깔이 노란 술빵을 만들어 먹었다.

 

옛날 생활이 어려워 술을 빚어낸 찌꺼기인 '술지게미'와 도정과정에서 나온 '쌀겨' 또는 '보리겨'를 먹어가면서 고생을 같이한 본처인 아내를 지칭하여 조강지처(糟糠之妻, 술지게미 조, 겨 강) 라고 하는데,

이 며느리가 배가 고프니까 술지게미를 먹고 취해가지고 따뜻한 부뚜막에서 엎어서 자곤 했다.

 

후한서 송홍전에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

조강지처불하당(糟糠之妻不下堂)이요 빈천지교불가망(貧賤之交不可忘)이라.

즉, 조강지처는 내치면 안 되고 어려운 시절에 사귄 친구는 잊어서는 안 된다.

 

춘추전국시대가 끝나고 진의 말기,

황석공(黃石公)의 병법서 삼략(三略)에 장수가 적과 대치 중 술(막걸리) 한통이 하사되

이 술을 강물에 쏟아 붓고 병사들과 함께 강물을 마셔 병사들은 술을 마신게 아니고 마음을 마신 것이었다는 고사성어가

단료투천(簞醪投川, 대광주리 단, 막걸리 료)이다.

 

조선중기 한석봉의 시에도 막걸리가 나온다.

 

짚방석 내지 마라, 낙엽엔들 못 앉으랴.

솔 불 혀지 마라, 어제 진달 돋아온다.

아해야, 박주산채(薄酒山菜)일 망정 없다 말고 내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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